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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국보/보물)

한글의 창제 원리를 상세하게 기록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1962년에 국보 70호로 지정되었으며 1997년에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간송미술관(서울시 성북동 소재)에 소장되어 있다. 목판본이며 전체가 3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에 표지와 앞의 두 장이 떨어져 나갔으며 전체적으로 모서리가 닳아 있는데 특히 처음 몇 장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의 이면에는 붓으로 글씨를 잔뜩 써 놓았기 때문에 앞면으로 배어 나와 있다. 떨어져 나간 앞의 두 장은 세상에 나올 당시에 원래의 모습을 추론하여 복원하였다. 이후에 배접과 제책 작업을 하였는데 배접한 후에 책을 재단할 때에 윗면과 아랫면을 지나치게 잘라서 원래의 책보다 작아져버렸다. 그리고 원래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제책 방법인 오침안정법(五針眼釘法)으로 되어 있던 것이 사침안정법으로 잘못 제책이 되었다. 즉 종이에 다섯 개의 구멍을 뚫어 실로 꿰매는 방법을 흔히 썼는데 중국과 일본에서 사용하는 방법인, 구멍을 네 개만 뚫어 제책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조선의 인쇄 문화를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책 중 하나이다. 먼저 책의 판식부터 보기로 한다. 책의 판식이라 함은 책 한 장의 형식을 말하는 것으로 목판에 새기거나 활판을 짤 때 테두리의 모양이나 책 가운데 즉 판심의 모양 등을 이른다. 이 모양은 시기에 따라서 대체적인 공통성이 있어서 간행 시기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훈민정음은 사주(테두리)가 쌍변이며 각 행을 구별하는 줄(계선)이 그어져 있다. 그리고 판심 즉 가운데 부분을 보면 아래 위에 검은 선이 있는데 이것을 흑구(黑口)라고 하며, 가운데에 생선의 꼬리 같은 것(어미魚尾)이 둘 있고 무늬 없는 검은 색이며 모두 아래로 향해 있으므로 상하하향흑어미(上下下向黑魚尾)라고 한다. 임진왜란 이전에 나온 책들에는 대체로 흑구(黑口)가 있다. 『훈민정음』은 세종임금이 쓴 글(서문과 예의例義)과 신하가 쓴 해례로 이루어져 있는데 판심제(版心題)를 보면 서문은 “正音”(4장)으로, 해례는 “正音解例”(29장)로 되어 있다. 장차는 각각 1부터 시작된다. 즉 임금의 글과 신하의 글을 구별하여 책을 만든 것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해례에 임금의 글을 덧붙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임금의 글은 크게 썼고, 신하의 글은 보다 작게 썼는데 그렇게 하기 위하여 목판본 반장(반곽(半廓)이라고 한다)에 전자는 7행으로 하고 한 행에 11자가 들어가 있으며, 후자 즉 신하의 글은 8행에 매 행 13자가 들어가 있다. 글씨를 쓴 이는 당대의 명필이자 세종임금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 용(瑢)인데 임금의 글은 방정한 해서체(楷書體)로, 신하의 글은 단아한 해행서체(楷行書體)로 썼다. 신하들이란 집현전 학사들을 말하는데 그들의 이름을 들어 보면,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의 8명이다(참고로 이 중에서 세 명이 사육신이다). 이들 학자를 대표하여 해례의 서문을 쓴 이가 당시 예조판서(禮曹判書)이자 집현전 대제학(集賢殿 大提學)이었던 정인지이다. 그의 서문은 일반적인 서문과 달리 책의 끝에 있는데 임금의 글과 같은 책에 들어 있는 신하의 글이므로 뒤로 간 것이다. 한편 신하의 글에서 임금이나 임금에 관련된 것을 지칭할 때에는 자신의 글을 내려 쓰거나 임금과 관련된 내용을 다음 행에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의 경우에도 매 행을 한 글자씩 내려서 썼으며, 殿下(우리의 전하), 命(임금의 명령), 大智(임금의 큰 지혜)는 쓰던 행을 비워 놓고 다음 행의 첫머리에 씀으로써 군신 간의 예의를 지키고 있다. 또한 세자(世子)라는 글자는 같은 행에서 한 글자를 비우고 쓰고 있다. 그리고 집현전 학사들의 이름을 열거할 때에도 행의 반만 차지할 정도의 작은 글씨로 적어 놓았다. 정인지 서문 외에 합자해(合字解)에도 이런 것이 있는데 칠언(七言)으로 된 결(訣)에 “하루아침 지으셨으나(一朝 制作), 신의 조화와도 같으셔서”에서 제작(制作)은 임금이 한 일이므로 행을 바꾸어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