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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감자」)

가을이 되었다.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은 가을이 되면 칠성문 밖에 있는 중국인의 채마밭에 감자(고구마)며 배추를 도적질하러 밤에 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복녀도 감자깨나 잘 도적질하여 왔다. 어떤 날 밤, 그는 감자를 한 바구니 잘 도적질하여 가지고, 이젠 돌아오려고 일어설 때에, 그의 뒤에 시꺼먼 그림자가 서서 그를 꽉 붙들었다. 보니, 그것은 그 밭의 소작인인 중국인 왕서방이었었다. 복녀는 말도 못 하고 멀진멀진 발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집에 가.” 왕서방은 이렇게 말하였다. “가재문 가디. 훤, 것두 못 갈까.” 복녀는 엉덩이를 한번 홱 두른 뒤에 머리를 젖히고 바구니를 저으면서 왕서방을 따라갔다.

1925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김동인(金東仁: 1900-1951)은 한국 근대소설을 개척한 소설가 중 한 사람이다. 1910년대 동인지 문학 시대를 대표하는 동인지인 <창조>를 주도하였다. 대표작에 「배따라기」, 「감자」, 「태형」, 「광화사」, 「광염소나타」 등의 단편소설과, 장편 『대수양』, 『운현궁의 봄』 등이 있다. 「감자」의 ‘감자’는 오늘날의 고구마이다. 「감자」의 중심 내용은 주인공인 복녀의 도덕적 전락 과정이다. 몰락한 선비(양반) 집안 출신인 복녀는 비록 가난하지만 유가(儒家)의 엄한 법도 아래서 자라났기에, 전통적인 성도덕에 젖어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의 성도덕은 가난 때문에 무너지고, 그녀는 매음의 길로 나선다. 가난 때문에 매음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그러나, 매음을 계속하게 된 것은 돈을 벌 수 있는데다가 매음을 통해 성적 쾌락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복녀는 함부로 몸을 굴려 여러 남자와 상관한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중국인 채소장수 왕서방의 손에 죽고 만다. 왕서방이 어떤 처녀를 사서 결혼한 날 신방을 찾아가 싸우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이다. 그녀는 왜 왕서방의 신방으로 찾아갔을까? “마음에 생기는 검은 그림자” 때문이라고만 되어 있어 확실한 까닭을 알 수는 없지만, 이상한 웃음을 띠고, 목을 놓고 울며, 낫까지 휘두르는 광태(狂態)를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좋은 수입원을 잃는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인용한 부분은 복녀와 왕서방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 「감자」에서 감자의 의미는 구성의 측면에서 볼 때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두 인물의 특별한 관계에 주목할 때 이 작품의 주제는 다음 두 가지라 볼 수 있다.
첫째, 가난의 파괴성. 가난이 얼마나 파괴적인가를 그린 작품이라 읽을 수 있다.그러나 복녀의 매음을 성적 쾌락과 관련시켜놓았고, 남편의 게으름을 크게 강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가난의 문제를 크게 주목하지는 않고 있다. 부르주아 작가 김동인이 하층민의 가난 문제를 다루었다고 놀란 프로 문인들이 찬사를 보내왔을 때 김동인이 코웃음을 쳤다는 사실은 이 작품의 핵심이 가난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둘째, 전통적인 도덕관념의 허위성 비판. 유교적 법도에 얽매인 전통적 도덕관념은 육체적 쾌락의 측면을 배제하고 정조를 강조하는 것인데, 육체적 쾌락에 눈뜨며 마침내는 광기에 휩싸이게 되는 복녀를 통해 그 같은 도덕관념이 허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주장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정호웅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문학]
참고문헌
김윤식, 『김동인 연구』(민음사, 2000)
강인숙, 『자연주의 문학론』(고려원, 1991)